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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를 동시대 정치적 무의식의 일환으로 본다면, 말씀하셨던 패턴 변화는 자못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프레드릭 제임슨이 이야기했듯이) 정치적 무의식이란 작가 또는 대중들의 실재적 욕구가 현실에서 구조적으로 실현되기 불가능할 경우, 해소되지않은 욕망처럼 텍스트 또는 콘텐츠 안에 흔적처럼 남아서 상상적으로나마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일련의 과정이자 결과라 볼 수 있겠는데요.

얼마전 경찰 간부가 아들의 범죄를 직접 인멸/훼손했던 사건에서처럼, 기득권층의 자녀 범죄에 대한 설정은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즉, 드라마를 비롯한 콘텐츠들에서 그러한 설정을 도입하는 것은 스토리상의 핍진성을 넘어 실제적인 개연성마저 가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현행법에서 부모의 자녀 범죄 은닉은 사실 친족간 특례 조항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어디 법률뿐이겠습니까. 공적 프로세스를 통해 지배층의 자녀들이 평범한 청(소)년들처럼 인신이 구속된다든가 하는 문제는 참으로 기대하기가 어렵죠.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적 무의식의 논리가 발동하는 것 같아요. 우선, 오늘날 대중들은 기득권층에 대한 강한 불신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저세상급의 도덕적이거나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이상, 반엘리트주의/반지성주의/반기업정서가 일반적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2020년대의 대한민국은 부와 명예, 즉 경제적 자본과 사회문화적 자본이 대물림되는 중세적인 유사-신분 체제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자신이 현대의 성취지위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되물을 수밖에 없는 거죠. 여기에 뭔가 부당한 게 있는 게 아닐까.

이때 우리 시대의 정치적 무의식은 기득권층의 자녀에게 인성 파괴의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이 간극을 해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소시오패스 같이 아주 평온한 얼굴을 한 채로 규범에 어긋나거나 법률을 어기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소비함으로써, 동시대 권력관계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고 불복종을 정당화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어요.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을 때, 마술적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관행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 흥미로운 점은 그 화살이 부모에게까지 가고 있다는 점 같습니다. <마더>나 <공공의 적> 예시를 주셨는데, 저는 <베테랑>과의 차이가 좀 더 흥미로웠어요. <베테랑>에서는 주인공 유아인의 부모가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그다지 중요한 설정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최근의 극 작품들에서는 엘리트 계층의 민낯이 어떤지를 비교적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려는 경향이 지배적이라는 거죠. 이러저러한 일이 있을 때 정치인, 의사, 변호사, 판사, 재벌 등등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

어쩌면 이런 초점화는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이 불과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급진화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년 전 대중이 재벌 2세 또는 3세의 얼굴을 묵사발내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끼고 욕망을 채웠다면, 오늘날에는 그들의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추궁하는 것 같이 보인다는 거죠. 극 중에서 자녀의 범죄를 직시한 부모가 경험하게 되는 번민은 어쩌면 오늘날 대중들이 지배엘리트층들에게 요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정말 최소한의 압력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상층계급들 개개인에게는 저마다의 성공 서사가 있을 겁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성공에 정당성과 합리성을 부여하는 것일 텐고요.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그 완성은 이른바 '자식 농사'에서 이뤄지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묻고 있는 겁니다. 정말 너가 성공적인 것 같니?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열거하신 드라마들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지배엘리트층들이 가지는 지적/도덕적 지도력이 얼마나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징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들의 가족적 배경 전체를 문제 삼는 관행이 일상화되고 있으니까요. 이는 단순히 대중문화 영역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그런 것 같죠?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 간부 부모를 문제삼고, 배우 하영의 논란에서 친일파 선조를 문제 삼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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